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제주 가볼만한 곳 추천, 빛의 벙커 (세잔 전시는 24년 3월 3일 종료 이후 정비)

반응형

 

제주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참 많죠?

제주에 가면 이제 괜찮은 전시공간을 찾아가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작년에 제주에 여행을 갔다가 굉장히 힙한 공간을 하나 발견했답니다. 

바로 빛의 벙커라는 공간입니다. 

 

https://www.deslumieres.co.kr/bunker

 

 

 

빛으로 꾸민 작품의 매력 

 

요즘 이런 미디어 아트 전시를 하는 공간이 많잖아요?

그래서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는 생각으로 빛의 벙커에 방문했었습니다. 

그랬다가 적잖이 놀라고 말았답니다. 

 

사실 이 곳은 처음에 제가 가고자 했던 곳이 아니고, 남편이 가보자고 고른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다지 흔쾌한 마음이 아니었을 겁니다. 저는 그런 편이거든요. 누군가 이끌어주는 것보다는 이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요. 물론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혼자서만 끌어나갈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맞춰 나가면서 지내야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번에도 역시 경험해보고 나니 남편의 이야기를 듣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답니다.  

 

제주의 겨울이라고 하더라도 마냥 포근한 날씨는 아니죠. 겨울은 겨울이니까요. 요즘은 겨울 날씨가 매우 매섭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런 날씨에 여행을 할때는 실내공간을 찾게 되잖아요. 실내공간이라고 해서 오래 머물기 어렵거나 답답하면 부러 찾아가기 꺼려지는데 빛의 벙커는 실내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많은 곳입니다. 원한다면 오랜시간 멋진 작품을 볼 수 있고, 상당히 큰 공간이라서 갑갑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겨울철 제주를 여행할 때 가볼만한 곳으로 빛의 벙커를 추천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공간은 20년간 숨겨져 있던 공간을 전시공간으로 개조해서 사용하는 전시장이라고 했습니다. 왜 그동안 숨겨져야 했느냐면 이 곳은 군사시설이었으니까요.

기존에는 군 통신 시설로 이용이 되었던 이 벙커는 전시장을 들어서면서 이 공간의 본래목적을 알 수 있는 작은 전시가 펼쳐집니다. 이 곳에 놓여있었을 기기들과 이 곳에서 생활했음직한 군인들의 모습이 펼쳐지면 어딘지 모르게 뒷목이 움츠러들면서 긴장감에 휩싸입니다. 

군생활을 경험해 본적이 없는 저로서는 그런 경험도 재밌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일반인이 어떻게 벙커라는 시설에 들어가 보겠어요? 그것 자체가 굉장히 귀한 경험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걸 설명해주는 남편의 눈빛이 반짝이더군요. 그제야. '아. 이 공간은 특별한 공간이었지!'하고 뒤늦게 깨달았어요. 

 

본격적으로 전시를 보게 되기 전에 작은 전시를 본게 본 전시를 보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군 시설이라서 공간이 굉장히 크게 뚫려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주택이나 건물과는 확실히 다른 공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전시를 위해서 공간을 변형했을지도 모르지만 처음에 작은 전시공간과 메인 전시공간 사이의 벽을 제외하고는 중간에 공간을 나누기 위한 벽체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중간중간 천장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기둥들이 서 있었는데 그 넓은 공간을 작품으로 채우다보니 내가 작품 안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시회를 가보면 내 기호에 맞는 작품을 만나면 간혹 그런 기분이 들잖아요? 저는 이 곳에서 그런 기분을 내내 느낄 수 있었어요. 작품 그 자체도 좋지만 이런 장치가 작품을 보는 기분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곳에서 배웠습니다. 바로 그런 점이 미디어 아트의 매력이겠지요? 

 

다음 공간으로 이어지는 곳에 관객이 서면 그 장면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하는 듯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런 장면을 나만의 작품으로 만들어 사진을 남기게 되기 마련이죠.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다보니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이 공간에서 나만의 독특한 사진을 남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작품 안에서 새로운 작품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건, 이렇게 미디어 아트로 공간을 채우는 방식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이곳은 같은 작품을 다양한 면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입구에서 작은 사이즈로 작품을 감상하다가 안쪽에서 전체 벽면에 작품이 펼쳐진 걸 보게 되면 또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워낙 넓은 벽면에 펼쳐져 있기 때문에 양쪽 끝에서는 한눈에 작품이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서 중간 기둥에 기대거나 벽을 바라본 중간 공간에 앉아서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함께 간 아이들이 오전에 다른 일정을 소화하느라 체력적으로 서서 작품을 전부 관람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저도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전시장 가운데 철푸덕 앉아 감상을 시작했습니다. 몸이 편하니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더 편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세잔의 작품들은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 많아서 보면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도 있었습니다. 세잔의 작품 뒤로는 우리집 둘째가 제주 여행을 하기 전에 공부했던 간딘스키 작품이 상영되었던 덕분에 아이들이 더 신나서 전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역시 전시회에 가기 전에 사전지식을 가지고 가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시간이었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전시였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지쳐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아마도 각 벽면마다 상영되는 작품을 각각 다른 느낌으로 몇번이고 반복해서 감상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냥 두번 정도만 다시 감상하고 나왔습니다. 

아이가 버티며 보기에는 길지만 작정하고 본다면 아주 긴 상영시간은 아니라서 세잔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오래오래 각각의 공간에 펼쳐지는 서로 다른 매력을 느끼며 감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시장을 나오는 길에는 전시된 작품들과 관련된 다양한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전시회를 가게되면 늘 작품이 담긴 기념품을 구매하곤 하는데요. 첫째는 마그넷을, 둘째는 세잔의 작품이 표지에 그려진 작은 노트를 구매했습니다. 아이들이 기념품을 볼 때마다 이날의 느낌을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아쉬운 건 세잔의 작품전시는 올해 3월 3일부로 막을 내린다고 하네요. 

세잔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서둘러 빛의 벙커를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걸린 그림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후로는 정비시간을 갖는다고 하니 다음 전시가 시작된다면 다시 그 작품을 감상하러 제주 빛의 벙커에 들러봐야겠습니다. 

 

 

가격이 그렇게 저렴한 편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가격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전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론 늘 할인권이나 이벤트가 많은 제주니까 그런 이벤트를 잘 챙겨보시면 조금 더 저렴하게 멋진 전시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출처: 빛의 벙커 홈페이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