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죠.
그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아세요? 다들 놀러 다니느라 바빠서 책을 가장 읽지 않는 시기가 가을이라서 가을에도 책을 좀 읽어달라는 의미에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저는 사계절 내내 책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생각해보면 확실히 가을에는 책보다는 푸르른 하늘과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산천을 바라보는 걸 더 좋아했던 것 같네요.
이 가을에 어디로 놀러가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지난겨울 여행을 다녀온 전라남도가 떠올랐어요.
그중에 인상적이었던 곳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화엄사랍니다. 저는 겨울에 갔던 터라 단풍이 드는 가을에 방문하면 얼마나 더 멋질지... 잠시 상상해 봤어요.
아이들과 함께 걷는 천년의 길, 전남 구례 화엄사
전라남도 구례군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화엄사(華嚴寺)는 단순한 사찰을 넘어,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와 예술,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살아있는 문화유산이에요. 백제 성왕 22년인 544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한 이래, 수많은 중창과 복원을 거쳐 오늘날까지 그 위용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면 단순한 여행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특별한 경험을 선물할 수 있을 거예요.
첫인상, 부처님들의 환영
화엄사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으로 향하는 길목에 늘어선 부처상들이에요. 아이들과 함께 그 길을 걸으며 마치 부처님들이 우리를 맞이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죠. 각각의 부처상은 표정도, 손짓도 조금씩 달라요. 불견, 불언. 살면서 지키면 좋을 자세들이죠. 그런데 이렇게 귀여운 부처 본 적 있나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저는 아이들이랑 이 귀여운 부처들의 모습을 따라 하며 사진을 잔뜩 촬영했어요.
이 부처상들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사찰을 찾는 이들에게 마음을 다스리고 경건함을 갖게 하는 의도로 이 길 위에 서 있는 것일텐데요. 불교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런 장치는 불교를 향한 친근함을 갖도록 해주었어요.
남도에는 고양이들이 참 많았어요.
도시에도 분명 고양이들이 많은데 풍경이 한적해서 일까요?
이곳에서 지내는 녀석들이 훨씬 더 풍요로워보이고, 한적해 보였어요.
문화재의 보고, 화엄사의 보물들
화엄사는 국보와 보물이 무려 9점이나 있는 문화재의 보고랍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각황전이죠. 국보 제67호로 지정된 이 건물은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건물로, 웅장한 외관이 압도적인 기분이 들게 하죠. 하지만 담백하게 앉은 대웅전보다 훨씬 위용 있게 지어진 각황전에 의아함이 들기도 합니다.
각황전 앞에는 높이 6.3m에 달하는 석등(국보 제12호)이 서 있는데, 통일신라시대의 찬란한 조각예술을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비바람에 많이 바래버린 모습이지만 과거의 화려함의 흔적을 담고 있었어요. 그 옆 언덕에는 4사자 3층석탑(국보 제35호)이 자리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국사교과서에서 이 석탑은 본 기억이 떠올라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아이들이 잘 들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사찰
화엄사는 단지 건축물만으로 감동을 주는 곳이 아니죠. 지리산 국립공원의 품 안에 자리한 덕분에, 사찰 곳곳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엔 녹음이 우거지며, 가을엔 단풍이 절경을 이루고, 겨울엔 고요한 설경이 펼쳐진다. 특히 4월이면 하동에서 화엄사까지 이어지는 벚꽃길 드라이브 코스는 유명하죠. 저도 이 길을 따라서 하동에서 굽이굽이 섬진강을 끼고 달려 화엄사에 도착했는데요. 가는 내내 운전을 하던 남편은 봄에는 정말 멋지겠다며 계속 감탄을 했어요. 길가에는 벚나무가 정말 계속 이어져 있었거든요.
아이들과 함께 걷는 경내의 길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어요. 사찰이 요즘 다시 사랑받는 이유는 각박한 빌딩 한구석에 콕 박힌 채 지내던 우리의 마음을 달랠 곳이 자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곳은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함께 화려한 문화재를 눈에 담아볼 수 있는 곳이고, 어른들은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곳이었어요.
가는 길에 빈손으로 돌아올 수 없잖아요?
화엄사에는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어서 저도 아이들이랑 이곳을 기념할 만한 물건을 하나씩 사서 돌아왔습니다.
가을의 이곳은 어떤 모습일까요?
올 가을 긴 드라이브를 겸한 여행을 구례로 떠나보고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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